하늘제

2024/1/13

잉크자국이 만발한 종이 한장이 그의 삶의 대변인이였다.
일그러지고 찌그러져 알아볼 수 조차 없더라도 무언가 남는 것이 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썼던 이 기록의 문서에는 식별가능한 문자라곤 몇 자 되지 않았다.
하늘..열기구..amp? 그래도 이 단어들만으로도 이 글이 그날과 어떻게든 관련성을 띄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. 이렇게 그의 편지를 입수하고 그에 대해 조사하며 집착하게 된 계기는 그다지 대단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. 축제 다음날 배달된 신문 한 부가 그 계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. 그 신문의 첫머리는 이러했다.
"하늘에 닿았던 남자"
"1985년 이번 하늘제는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갈 법도 했습니다. 해가 저물어가고 시상식이 끝나갈 무렵까지도 어떤 일이 일어날 기미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.
하늘제는 하늘과 땅의 축제 중 먼저 다가오는 축제입니다. 이 세계, 하늘과 땅, 그 중심에 위치한 인간이라는 유별난 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고, 신이 주신 영토에 경배를 바치는 날, 그리고 언젠간 당신을 뛰어넘겠단 의지를 보여주는! 신의 능력과 지위를 이어받아 이 세계의 너머로 가겠다는 우리들의 의지를 다양한 기술과 발명품, 창조물로 보여주는 날!"
너무 고양된 의지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조차 불살라버리는 위대한 발명가들이 바로 이 날 많이 속출하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.
1984년 자신이 만든 기계에 압축되어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여자에 이어, 이번 하늘제는 신의 입김에 얼어버린 시체로 장식되었습니다.

I do korean and english in native level! I also do spanish, but its yet to reach native level. Though, I can do basic everyday conversation. I will most definitely achieve maximum level of fluency on spanish too! hehe.